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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사 예정] 철학, 끄적끄적
I 미와 숭고아름다움beauty과 숭고sublimity는 물론 적잖은 공통점을 갖는다. 그 자체로 쾌pleasure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한 가지다. 쾌락sensation이나 도덕적 옳음moral rightness을 통해 쾌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쾌적한 것들을 지향하는 감각sense의 판단이나 선good을 향하는 이성의 논리적이며 규정적인determinate 판단이 전제되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지만 양자에 대한 판단이 개념과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때 미와 숭고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비규정적indeterminate으로 남기에 명제적 지식을 불리는 데 기여하지는 않는다.) 칸트는 인식 일반cognition in general의 가능성을 위한 주관적 조건들 - 상상력ima..
『순수 이성 비판』이 교조주의적인 합리론도 회의주의적인 경험론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철학적 기획이었듯 『판단력 비판』역시 합리주의적 미학과 경험주의적 미학의 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다. 합리주의적 미학에 따르면 아름다움beauty은 대상의 기하학적 속성들에 의해 결정되는 대상 자체의 성질이다. 때문에 어떤 대상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칸트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증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장미가 아름답다는 판단은 모종의 원칙들을 따라 나온 것이 아니다. 한편 경험주의적 미학은 아름다움이 주관적 만족gratification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