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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개별자의 존재론적 구조 I [개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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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개별자의 존재론적 구조 I [개괄]

형이상학적 찐따 2017.02.15 03:24

구체적 개별자들concrete particulars은 어떤 존재론적 구조ontological structure를 갖는가? 사실 이 질문은 극단적 유명론자austere nominalists에게는 중요치 않다. 그들은 오직 구체적 개별자가 존재할 뿐, 그 개별자가 가질 수 있는 속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들에게 개별자는 가장 기초적인 혹은 근본적인 존재자, "블롭blob"이다. 하지만 실재론realism이나 트롭 이론trope theory를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구체적 개별자의 존재론적 구조는 유의미한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 개별자?

어떤 것들이 구체적 개별자인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폰,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과 차들, 가로등, 별, 나뭇잎, 벽돌 등. 이렇게 예시를 드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정의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구체적 개별자들의 특징들을 몇 가지 짚어볼 수는 있을 것이다.

① 구체적 개별자는 예화될 수 없다. 하지만 다수의 속성들을 예화하거나 가질 수 있다.

② 우연적 존재자들이다. 존재하더라도 사라질 수 있으며, 존재하지 않더라도 생겨날 수 있다.

③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속성을 갖게 될 수 있다. 물론 한 시점에 갖던 속성들과 다른 시점에 갖던 속성들은 양립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대머리인 사람은 한 때 대머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대머리이면서 대머리가 아닐 수는 없다.

④ 한 시점에 하나의 연속적인 공간만을 점유한다.


구체적 개별자의 존재론적 구조

이 구체적 개별자들의 존재론적 구조는 어떠한가? 그것을 이루는 구성 요소constituents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형이상학자들은 구체적 개별자의 구성 요소를 규명하고, 그 구성 요소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때 탐구 대상이 되는 것은 개별자들의 존재론적 구조이지,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구체적 개별자를 물리적으로 나눌 때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물리학자의 일이다. 우리가 하려는 작업은 개별자의 부분parts - 더 작은 구체적 개별자들 - 이 아니라 개별자가 바로 그 개별자이기 위해 반드시 요청되는 그 구성 요소에 대한 것이다.

기체 이론substratum theory

다발 이론bundle theory

구체적 개별자는 그 자체로 근본적인 존재자가 아니다. 구체적 개별자는 구조를 갖는다.

① 구체적 개별자 = 기체 + 속성들

② 기체substratum는 속성들의 담지자bearer, 소유자possessor 혹은 주체subject다.

③ 기체의 정체성은 그것이 갖는 속성들과는 독립적이다. 곧 기체는 아무런 속성도 갖지 않는다. 때문에 "무속성 기체bare substratum"이라 불리기도 한다.

④ 구체적 개별자는 속성의 주체가 아니다. 물론 우리는 마치 구체적 개별자가 속성의 주체인 것처럼 일상에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맞다.


① 구체적 개별자 = 속성들

② 경험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존재자(=기체)가 존재한다고 믿기 어렵다. (일부 다발 이론가들은 기체에 대한 주장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③ 하나의 구체적 개별자를 이루는 속성들 사이의 관계는 "겸존compresence," "연존collocation," "조합combination," "동시 구체화consubstantiation," "동시 실제화coactuality" 등으로 부른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이론의 기초를 제공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속성의 주체가 존재하는 것은 속성이 존재하는 것과 다르다고 말하는 대목 때문이다 (Metaphysics Ζ3 1029a22).

로크 역시 지각의 대상인 속성과 별개의 존재자가 있다고 보고 그것을 "내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라 불렀다.[각주:1]

전기 러셀Russell과 구스타브 베르크만Guvtav Bergmann도 이런 같은 입장을 취한다.

경험론적 전통에 속한 철학자들은 대체로 (속성을 결여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파악될 수 없는 기체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버클리나 흄이 대표적이다.

러셀 역시 후기에는 다발 이론을 받아들이게 된다. A. J. 에이어와 D. C. 윌리엄스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보다 최근에는 허버트 호흐버그Herbert Hochberg와 헥터 카스타네다Hector Catañeda 등이 주목받은 바 있다.


다발 이론과 보편자 실재론을 함께 받아들이는 이들은 오직 보편자만이 존재한다고 본다. 개별자를 이루는 것은 속성밖에 없는데, 이것이 곧 보편자이니까. 후기 러셀과 에이어, 호흐버그, 카스타네다 등이 이런 입장을 취한다. 그 대척점에는 극단적 유명론이 있다. 이들은 오직 구체적 개별자만이 존재한다고 보니까.

다발 이론 & 실재론

극단적 유명론

오직 보편자만 존재한다

오직 구체적 개별자만 존재한다

물론 보편자 실재론을 받아들이더라도 기체 이론을 택한다면 그는 보편자가 아닌 다른 존재자, 기체를 인정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흄과 윌리엄스는 다발 이론을 채택하고 실재론을 버린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극단적 유명론 대신 트롭 이론을 채택함으로써 근본적으로는 구체적 개별자가 아니라 속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1. John Locke, 『Essays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 ed. John Yolton (London: Dent, 1690[1961]), II.xxiii.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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