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논문과 원전 (32)
[블로그 이사 예정] 철학, 끄적끄적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가수가 아니다!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에서 "종 차별주의speciesism"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자신이 속한 종의 개체들의 이해interests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한편 다른 종의 개체들의 이해에는 반하는 편견이나 편향적 태도"(p. 6)로 규정된 종 차별주의는 백인들의 이해를 흑인들의 이해보다 우선시하는 인종 차별주의racism나 남성들의 이해를 여성들의 이해보다 우선시하는 성 차별주의sexism와 비슷하다. 싱어는 종 차별주의가 인종 차별주의나 성 차별주의와 마찬가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종 차별주의자"인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이 편견을 버리자고 말한다. 이에 셸리 케이건Shelly Kagan은 (1) 종 차별주의가 단순한 편견에 ..
I 개별 사례에 대한 직관의 우선성어떤 도덕적 주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할 때 어떤 사례에 대한 직관intuition에 호소하는 방법은 윤리학에서 매우 흔한 논증 방법이다. "야, 공리주의자! 너희들 말이 맞다면 5명 살리려고 1명 배 갈라도 되는 거야?" 직관이 도덕적 주장에 대한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도) 매우 강력한 증거 혹은 반증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는 여러 사례들에 대한 직관적 판단에 꽤나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또 의존한다.하지만 이것을 직관 對 일반적 원칙general principles의 대립, 가령 공리주의적 원칙과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죽이는 사례의 대립으로 설정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직관은 개별 사례만을 향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적 원칙에 대해서도 직관을 갖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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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이 『국가Republic』에서 내세운 철인왕의 통치는 몇 가지 질문들을 낳는다. ① 철학자들이 나서서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 그런데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철학자들이 통치를 하도록 강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 왜? ② 『국가』의 목표 중 하나는 정의justice가 그 자체로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철학자가 통치를 하는 일은 국가의 정의에 이바지하는 일이므로 정의롭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닌가? 철학자에게는 자신의 본성에 잘 맞는 철학을 하는 일이 가장 좋다. 국가 통치는 철학에 전념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그러면 정의가 그 자체로 좋다는 『국가』의 주요 논제는 무너지는 게 아닌가? ③ 플라톤은 정의로운 행위가 이롭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로 정의롭게 행동할 동기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cs』은 『국가Republic』 4권에서 플라톤이 지지했던 처자 공유제communism of wives and children를 강하게 비판한다. 『정치학』의 2-4권은 각각 (1) 국가는 가능한 한 하나되어야 한다는 플라톤의 주장과 (2) 처자 공유제가 시행되면 모두가 어떤 것이 자신의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는 주장, 그리고 (3) 처자공유제를 통해서 플라톤이 이루고자 했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공격한다. I먼저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하나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플라톤의 주장을 비판한다.그런데 국가가 발전하면서 그 하나됨이 더욱 깊어지면 그것은 국가가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네. 국가란 그 본성상by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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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는 오로지 그가 다른 방식으로 행위할 수 없었던 경우에만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대안적 가능성의 원칙the principle of alternate possibilities”은 상당한 직관적 호소력을 갖는다(고 여겨진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는 말은 왠지 이미 저질러진 행위에 대한 핑계로서 나름의 효력을 지니는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해리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는 이 원칙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행위할 수 있는 가능성(=대안적 가능성)이 없는 경우와 도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가 같은 때는 많지만 전자가 후자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안적 가능성의 존재는 도덕적 책임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기본적인 전략은 간단하다.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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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형이상학 정초』 제2절에서는 합리적 존재라면 누구나 따를 정언 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았다. 정언 명령을 따르는 사람은 (자연 법칙을 따라 땅으로 떨어지는 야구공처럼) 그저 주어진 법칙을 따르는 게 아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적용되는 도덕 법칙을 입법legislate하는 목적의 왕국kingdom of ends의 시민이다. 이 입법의 과정에서 도덕적 주체를 스스로를 자율적인autonomous 존재로 여긴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도덕 법칙을 입법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더군다나 이 도덕 법칙은 인간성을 목적으로 대우하라고 명령함으로써 자유로운 이성의 사용을 보장한다.정언 명령이란 게 있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칸트가 제2절에서 논증한 것은 인간들이 실제로 도덕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