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도덕적 책임 (5)
[블로그 이사 예정] 철학, 끄적끄적
“행위자는 오로지 그가 다른 방식으로 행위할 수 없었던 경우에만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대안적 가능성의 원칙the principle of alternate possibilities”은 상당한 직관적 호소력을 갖는다(고 여겨진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는 말은 왠지 이미 저질러진 행위에 대한 핑계로서 나름의 효력을 지니는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해리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는 이 원칙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행위할 수 있는 가능성(=대안적 가능성)이 없는 경우와 도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가 같은 때는 많지만 전자가 후자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안적 가능성의 존재는 도덕적 책임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기본적인 전략은 간단하다. 누군가..
수잔 울프Susan Wolf의 온전한 정신을 갖춘 심층적 자아Sane Deep-Self 자유의지는 대개 도덕적 책임과의 연관성 속에서 논의된다. 울프의 논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온전한 정신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는 도덕적 책임을 안 또는 덜 묻는다. 그때 우리가 도덕적 책임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은 책임을 지기에 충분히 성숙하거나 정보를 갖추었거나 온전한 정신을 갖추었는가? (…) 혹시 그는 최면 상태나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약에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마디로 우리는 온전한 정신를 갖추지 않거나 덜 갖춘 사람에게는 도덕적 책임을 묻지 않거나 덜 묻는다. 그런데 철학자들은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
해리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의 계층적 양립가능론hierarchical compatibilism I 개념특이하게도 프랭크퍼트는 인격체person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인격체는 많은 경우 '사람들people'의 단수형인 '사람'으로만 간주되는데, 그는 이러한 이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인격체가 곧 인간이고, 인간이 곧 인격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종species으로만 인격체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 개념적으로는 인간이 아닌 종도 인격체가 될 수 있고, 인간도 경우에 따라 인격체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갖춘 외계인이나 변신한 헐크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군가..
캠벨C. A. Campbell의 자유의지론libertarianismThe "nature" of the self and what we commonly call the "character" of the self are by no means the same thing, and it is utterly vital that they should not be confused. (p. 388)양립불가능론자 캠벨은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는다고 믿었다. 물론 그는 인간이 습관habits이나 성향dispositions과 같은 성품character을 갖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이러한 성품은 자아self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자아는 성품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위는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