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교과서·강의 노트/형이상학 (10)
[블로그 이사 예정] 철학, 끄적끄적
구체적 개별자들concrete particulars은 어떤 존재론적 구조ontological structure를 갖는가? 사실 이 질문은 극단적 유명론자austere nominalists에게는 중요치 않다. 그들은 오직 구체적 개별자가 존재할 뿐, 그 개별자가 가질 수 있는 속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들에게 개별자는 가장 기초적인 혹은 근본적인 존재자, "블롭blob"이다. 하지만 실재론realism이나 트롭 이론trope theory를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구체적 개별자의 존재론적 구조는 유의미한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 개별자?어떤 것들이 구체적 개별자인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폰,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과 차들, 가로등, 별, ..
극단적 유명론austere nominalism과 메타언어적 유명론metalinguistic nominalism, 트롭 이론trope theory은 모두 얼핏 보편자의 존재를 암시하는 듯한 표현들을 담은 문장을 그렇지 않은 문장으로 번역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이 문장들이 왜 참일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최근 이들과는 구분되는 또 다른 유명론적 입장이 대두되고 있다. 바로 허구주의fictionalism다.허구주의는(1) 용기는 도덕적 덕이다Courage is a moral virtue.(2) 빨강은 색상이다Red is a color.등의 문장들은 문자 그대로literally 볼 때 거짓이라고 말한다. 보편자를 상정하지 않고도 이것들이 참이라는 걸 보이기 위해 복잡한 번역을 거칠 필..
극단적 유명론austere nominalism과 메타언어적 유명론metalinguistic nominalism은 모두 구체적 개별자concrete particulars만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트롭 이론은 구체적 개별자에 더해 추상적 개별자abstract particulars인 속성들attributes이 존재한다고 본다. 색상, 모양, 크기, 성품 등과 같은 속성들. 하지만 그들은 실재론realism과 달리 이 속성들이 반복적으로 예화될 수 있는 존재자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개별자이니까. 이런 점에서 트롭 이론trope theory은 유명론의 한 부류다.따라서 두 개의 다른 구체적 개별자가 똑같은 하나의 속성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령 구체적 개별자 빨간 공은 빨강이라는 속성을 갖지만..
극단적 유명론austere nominalism은 얼핏 보편자에 대한 문장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개별자에 대한 문장이며, 모두 개별자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체계적인 번역 지침을 마련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설명되어야 할 여러 형태의 문장들을 단일한 틀을 통해 통합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존재론적으로는 단순했을지 모르나, 설명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그러면 유명론은 존재론적 단순성을 취하는 대신 설명적 단순성을 포기해야 하나? 그건 곤란하다. 유명론 옹호 논변의 핵심은 유명론이 그 설명력의 측면에서 실재론이 비해 뒤쳐지지 않는데, 존재론적으로 더 단순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명론의 설명력이 떨어진다면 망했어요 이 논변은 힘을 얻기 어렵다. 이런 배경에..
유명론nominallism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극단적 유명론austere nominalism. 보편자를 상정하지 않고 오로지 구체적 개별자concrete particulars의 존재만으로 실재론이 설명하고자 한 현상 - ① 속성 일치attribute agreement 현상, ② 주어-술어 문장의 참, 그리고 ③ 추상적 지시체를 갖는 듯 보이는 표현을 포함하는 문장의 참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극단적 유명론의 입장이다. ① 속성 일치 현상개별자들이 어떤 측면에서 유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이에 대한 극단적 유명론자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애초에 설명할 필요가 없다." 토마토랑 소방차는 그냥 빨간 것이다. 보편자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빨간 것이 아니라는 말. 말..
보편자universals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명론nominalism의 입장이다. 그들은 왜 보편자의 존재를 부정하는가?① 여러 개별자가 하나의 동일한 보편자를 예화할 수 있는가? 개별자는 저마다 다른 공간을 차지한다. 때문에 개별자들이 하나의 보편자를 예화한다면 단 하나의 보편자가 겹치지 않는 여러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이게 말이 되는가?그러나 보편자는 애초에 공간을 점유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그것을 예화하는 개별자가 차지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도 이에 동의한다. ~의 북쪽에 있음being north of과 같은 보편자가 북쪽에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북쪽north of'이라는 관계를 찾을 수 있는 (…) 곳은 없다. 그..
여느 이론과 마찬가지로 실재론realism도 단일한 입장은 아니다. 실재론자들도 서로 논쟁을 하게 된다. 물론 그 쟁점은 여러가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론의 일반성generality에 관한 것이다. 실재론에 따르면 속성 일치 현상은 보편자 덕택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경우에 그런가? 또 그들은 술어와 같은 일반적 용어가 추상 단칭 용어가 보편자를 외연으로 갖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모든 용어에 해당하는 말인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실재론은 극단적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재론자들은 이런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재론에 얼마간의 제한이 가해져야 할 것이다. 어떤 제한? 예화"스스로를 예화하지 않는다does not exemplify itself"는 ..
I 실재론사물들은 어떤 면에서 일치한다. 토마토와 소방차를 붉다는 점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철학자라는 점에서, 빨간 펜과 파란 펜은 펜이라는 점에서. 그래서 우리는 토마토와 소방차를,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빨간 펜과 파란 펜을 각각 묶을 수 있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의 관심이나 목적에 따라 사물들을 분류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이들이 가진 특성에 의해 그 분류법이 결정된다. 그러면 이것들이 같은 것으로 분류될 수 있는 까닭은, 그것들의 어떤 면에서는 일치하는 까닭은 무엇인가?플라톤은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에서 이렇게 말한다.특정한 형상Form이 있어서 다른 사물들이 그것에 참여하게 되고, 그것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네. 같음, 큼 아름다움, 정의로움 등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들은 같아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존재로서의 존재being qua being에 대한 연구, 혹은 근대 철학자들이 "일반 형이상학general metaphysics"라 부른 그것은 존재하는 것들의 범주categories에 대한 탐구가 된다. 범주, 존재하는 것들이 속하는 가장 포괄적인 종류. 그렇다면 형이상학자들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그것들을 이런 저런 범주에 집어 넣는 일을 하는 사람인가?소크라테스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고, 영장류이며, 동물이고, 생물이고, 실체다. 박근혜는 무엇인가? 그것은 닭인간이고, 영장류이며, 동물이고, 생물이고, 실체다. 적어도 이런 점에서 둘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형이상학적 작업이란 이렇게 "X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작업인가?범주론으로서..
형이상학이 무엇인지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물론 형이상학의 역사가 길다는, 그래서 여러 주제가 여러 방법론을 통해 다루어져 왔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면 대체 왜? 이 질문에 답하자면 형이상학적 탐구의 유래를 잠깐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형이상학metaphysics"라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는가? 아리스토텔레스 본인은 이 책에 "형이상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후대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헌을 정리하면서 자연학physics 다음에 오는 책이라는 의미로 "metaphysics"라는 이름을 붙인 것. 그래서 어원학적 접근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그러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