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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사 예정] 철학, 끄적끄적
I 개별 사례에 대한 직관의 우선성어떤 도덕적 주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할 때 어떤 사례에 대한 직관intuition에 호소하는 방법은 윤리학에서 매우 흔한 논증 방법이다. "야, 공리주의자! 너희들 말이 맞다면 5명 살리려고 1명 배 갈라도 되는 거야?" 직관이 도덕적 주장에 대한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도) 매우 강력한 증거 혹은 반증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는 여러 사례들에 대한 직관적 판단에 꽤나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또 의존한다.하지만 이것을 직관 對 일반적 원칙general principles의 대립, 가령 공리주의적 원칙과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죽이는 사례의 대립으로 설정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직관은 개별 사례만을 향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적 원칙에 대해서도 직관을 갖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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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돌이는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쓰이는 언어 L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위해 현장 답사를 떠난다. L의 모든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 수 있는 번역 매뉴얼translation manual을 만드는 것이 목표. 물론 올바른 매뉴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L이 영어라면 "Water is fluid"라는 문장을 "물은 액체다"로 번역할 수 있는 그런 매뉴얼은 옳지만, 이걸 "물의 본질을 담고 있는 물질은 액체다"로 번역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콰인은 이게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보기에 어떤 번역 매뉴얼이 올바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매뉴얼이 다른 매뉴얼에 비해서 더 유용하고, 더 자연스럽고, 더 간단하고, 더 세련될 수..
콰인W. V. O. Quine은 "경험주의의 두 독단Two Dogmas of Empiricism"라는 논문에서 논리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가 받아들이고 있는 두 가지 도그마 - 분석성의 개념이 분명하게 제시되었다는 생각(§§1-4)과 환원주의(§§5-6) - 를 비판함으로써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이 구분될 수 없음을 논증한다. I 분석과 종합 사이의 구분?그 누구도 분석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칸트의 분석성 개념 비판먼저 콰인은 『순수이성비판Critique of Pure Reason』에 나타난 칸트의 설명을 검토한다. 칸트에 따르면 "분석적 진술이란 주어 개념에 이미 개념적으로 들어 있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무언가를 주어에 귀속시키지 않는 진술"이다. 그런데 콰인..
논리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는 철학이 무의미한 형이상학적 사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의미한 진술과 무의미한 진술을 엄격히 나누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 입장으로 멀게는 경험주의자 버클리George Berkeley와 흄David Hume, 가깝게는 프레게Gottlob Frege와 러셀Bertrand Russell에 그 사상적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뿌리와 잎을 잇는 역할을 한 것은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로 대표되는 전기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다. I 비트겐슈타인비트겐슈타인의 논제 중 논리 실증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모든 실질적 명제substantive propositions는 - 그것이 참이라면..
솔 크립키Saul Kripke는 "오늘날 학계에서 진술이 선험적이라는 것과 필연적이라는 것의 개념을 구분하는 사람은 몇몇 있을지는 몰라도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그 "오늘날"이 오늘날은 아니지만 아닌 게 아니라 우연성contingency과 필연성necessity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인 반면에 선험a priori과 후험a posteriori은 인식론적 개념이므로 엄연히 다르다. 어떤 문장의 참이 필연적이냐 우연적이냐는 그 문장이 모든 가능 세계에서 참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다. 다시 말해 세계의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것. 하지만 선험적 참과 후험적 참은 각각 우리가 감각 경험sense-experience과 독립적으로 알 수 있는 것과 감각 경험에 적어도 얼마간 의존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선험적 우연성은..
크립키Saul Kripke는 고유 명사proper names는 한정 기술구definite descriptions가 아니라 고정 지시어rigid designators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대상을 고정적으로 지시하기 위해 한정 기술구는 충분하지도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고정 지시어로서의 고유 명사] 그렇다면 고유 명사는 어떻게 특정 대상을 고정적으로 지시하는가? 크립키는 인과적 연쇄에서 그 답을 찾는다.한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봅시다. 부모가 어떤 이름으로 그를 부르겠죠. 부모는 자기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아이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시간이 가면서 이 아이를 만나는 사람도 생기겠죠.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지면서 그 이름은 일종의 연쇄를 통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퍼져나갈 겁니다. 이 연결..
플라톤이 『국가Republic』에서 내세운 철인왕의 통치는 몇 가지 질문들을 낳는다. ① 철학자들이 나서서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 그런데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철학자들이 통치를 하도록 강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 왜? ② 『국가』의 목표 중 하나는 정의justice가 그 자체로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철학자가 통치를 하는 일은 국가의 정의에 이바지하는 일이므로 정의롭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닌가? 철학자에게는 자신의 본성에 잘 맞는 철학을 하는 일이 가장 좋다. 국가 통치는 철학에 전념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그러면 정의가 그 자체로 좋다는 『국가』의 주요 논제는 무너지는 게 아닌가? ③ 플라톤은 정의로운 행위가 이롭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로 정의롭게 행동할 동기를..
솔 크립키Saul Kripke는 『이름과 필연Naming and Necessity』에서 고유 명사proper names에 대한 프레게Gottlob Frege의 입장을 비판한다. 프레게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고유 명사는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 정도의 뜻을 갖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립키는 우리가 고유 명사의 뜻을 그 고유 명사에 의해 지칭되기 위하여 만족시켜야 할 조건의 기술 - 한정 기술구definite descriptions - 로 이해하는 한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프레게를 따르다 보면 우연적으로 참인 문장이 필연적으로 참인 문장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것. 이게 무슨 말일까?먼저 우연적 참contingent truth과 필연적 참n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