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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사 예정] 철학, 끄적끄적
언어학자 돌이는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쓰이는 언어 L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위해 현장 답사를 떠난다. L의 모든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 수 있는 번역 매뉴얼translation manual을 만드는 것이 목표. 물론 올바른 매뉴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L이 영어라면 "Water is fluid"라는 문장을 "물은 액체다"로 번역할 수 있는 그런 매뉴얼은 옳지만, 이걸 "물의 본질을 담고 있는 물질은 액체다"로 번역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콰인은 이게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보기에 어떤 번역 매뉴얼이 올바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매뉴얼이 다른 매뉴얼에 비해서 더 유용하고, 더 자연스럽고, 더 간단하고, 더 세련될 수..
콰인W. V. O. Quine은 "경험주의의 두 독단Two Dogmas of Empiricism"라는 논문에서 논리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가 받아들이고 있는 두 가지 도그마 - 분석성의 개념이 분명하게 제시되었다는 생각(§§1-4)과 환원주의(§§5-6) - 를 비판함으로써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이 구분될 수 없음을 논증한다. I 분석과 종합 사이의 구분?그 누구도 분석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칸트의 분석성 개념 비판먼저 콰인은 『순수이성비판Critique of Pure Reason』에 나타난 칸트의 설명을 검토한다. 칸트에 따르면 "분석적 진술이란 주어 개념에 이미 개념적으로 들어 있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무언가를 주어에 귀속시키지 않는 진술"이다. 그런데 콰인..
논리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는 철학이 무의미한 형이상학적 사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의미한 진술과 무의미한 진술을 엄격히 나누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 입장으로 멀게는 경험주의자 버클리George Berkeley와 흄David Hume, 가깝게는 프레게Gottlob Frege와 러셀Bertrand Russell에 그 사상적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뿌리와 잎을 잇는 역할을 한 것은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로 대표되는 전기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다. I 비트겐슈타인비트겐슈타인의 논제 중 논리 실증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모든 실질적 명제substantive propositions는 - 그것이 참이라면..
솔 크립키Saul Kripke는 "오늘날 학계에서 진술이 선험적이라는 것과 필연적이라는 것의 개념을 구분하는 사람은 몇몇 있을지는 몰라도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그 "오늘날"이 오늘날은 아니지만 아닌 게 아니라 우연성contingency과 필연성necessity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인 반면에 선험a priori과 후험a posteriori은 인식론적 개념이므로 엄연히 다르다. 어떤 문장의 참이 필연적이냐 우연적이냐는 그 문장이 모든 가능 세계에서 참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다. 다시 말해 세계의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것. 하지만 선험적 참과 후험적 참은 각각 우리가 감각 경험sense-experience과 독립적으로 알 수 있는 것과 감각 경험에 적어도 얼마간 의존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선험적 우연성은..
크립키Saul Kripke는 고유 명사proper names는 한정 기술구definite descriptions가 아니라 고정 지시어rigid designators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대상을 고정적으로 지시하기 위해 한정 기술구는 충분하지도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고정 지시어로서의 고유 명사] 그렇다면 고유 명사는 어떻게 특정 대상을 고정적으로 지시하는가? 크립키는 인과적 연쇄에서 그 답을 찾는다.한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봅시다. 부모가 어떤 이름으로 그를 부르겠죠. 부모는 자기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아이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시간이 가면서 이 아이를 만나는 사람도 생기겠죠.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지면서 그 이름은 일종의 연쇄를 통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퍼져나갈 겁니다. 이 연결..
솔 크립키Saul Kripke는 『이름과 필연Naming and Necessity』에서 고유 명사proper names에 대한 프레게Gottlob Frege의 입장을 비판한다. 프레게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고유 명사는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 정도의 뜻을 갖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립키는 우리가 고유 명사의 뜻을 그 고유 명사에 의해 지칭되기 위하여 만족시켜야 할 조건의 기술 - 한정 기술구definite descriptions - 로 이해하는 한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프레게를 따르다 보면 우연적으로 참인 문장이 필연적으로 참인 문장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것. 이게 무슨 말일까?먼저 우연적 참contingent truth과 필연적 참nec..
프레게Gottlob Frege의논제 4: 고유 명사proper name의 의미론적 값은 그것이 가리키는stand for 대상이다. 에 따르면 고유 명사는 대상을 그 의미론적 값으로 갖는 표현이다. 때문에 고유 명사에는 "아리스토텔레스"나 "셜록 홈즈"와 같은 일상적 명칭ordinary names도 포함되지만 한정 기술구definite descriptions 역시 포함된다. 한정 기술구 역시 대상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한정 기술구란 "이러저러한 것" 혹은 "이러저러한 사람"의 형태를 가진 구절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한국의 왕"이나 "파란색 마스크를 쓴 사내" 또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그 무엇도 지칭하지 않는 고유 명사는 의미론적 값을 결여하며 이러한 고유 명사..
프레게Gottlob Frege는 뜻sense이 객관적objective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논리적인logical 것들로부터 심리적인psychological 것들을, 객관적인 것들로부터 주관적인subjective 것들을 항상 분명하게 구별해내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가 보기에 어떤 표현의 뜻을 파악한다는 것은 - 곧 그 표현을 이해한다는 것은 - 그 표현을 심상mental image이나 구상picture, 관념idea 등의 주관적 대상과 연관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기호의 지시체 [의미론적 값]과 뜻은 그것과 관련된 관념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 고유 명사의 지시체는 우리가 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가리키는 대상 자체다. 이때 우리가 갖게 되는 관념은 전적으로 주관적인 것이다. 그 ..
고틀로프 프레게Gottlob Frege는 논증의 타당성이 그 논증을 구성하고 있는 문장들에 등장하는 표현들이 갖는 어떤 의미론적 속성semantic properties에 달려있다는 직관에서 출발해 어떤 표현이 등장하는 문장의 진리값을 결정하는 것을 그 표현의 의미론적 값semantic value(=지시체reference)로 정의한다. 어떤 문장의 의미론적 값은 그것이 등장하는 문장, 곧 자기 자신의 진리값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진리값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논리적 어휘들의 의미론적 값도 알 수 있다. 고유 명사proper names는 대상을, 술어predicates와 양화사quantifiers는 각각 1차와 2차 함수를, 논리적 연결사connectives는 진리 함수를 그 의미론적 값으로 삼는다. [..
현대 언어철학은 고틀로프 프레게Gottlob Frege로부터 시작한다. 기호논리학의 언어를 고안했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표현들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시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 [기호논리학 예습] 구문론syntactics언어의 구문syntax 혹은 문법grammar는 (1) 그 언어에서 쓰이는 어휘와 (2) 그 어휘를 가지고 구성할 수 있는 표현들expressions의 결합이 문법적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규칙들의 집합으로 구성된다. 가령 고유 명사, 문장, 술어, 연결사, 양화사 등이 기호논리학의 형식 언어에서 쓰는 어휘들이다. 규칙을 자세히 열거하지는 않겠다. 다만 예를 들자면 "PQR~∨ST&"는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다. 통사론이 관심을 갖는 표현들의 속성은 오직 형식적formal..